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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처음 4,394만 원이라는 가격표를 봤을 때, 저는 바로 쏘렌토 노블레스 가격을 검색했습니다. 국내 판매량 1위 쏘렌토의 중간 트림보다 80~90만 원 더 비싼 깡통 트림이라니, 납득이 안 됐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차 앞에 서서 하나씩 들여다보니, 제가 '깡통'이라고 불렀던 테크노 트림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필랑트 테크노 깡통인데 왜 이렇게 옵션이 많을까
필랑트 테크노 트림을 직접 살펴보면서 제가 가장 먼저 든 의문은 이겁니다. '이게 정말 기본 트림이 맞나?' 실제로 확인해 보니, 흔히 옵션으로 따로 추가해야 하는 항목들이 줄줄이 기본 탑재되어 있었습니다.
먼저 360도 어라운드 뷰가 기본입니다. 어라운드 뷰란 차량 주변 4개의 카메라 영상을 합성해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보여주는 주차 보조 기능인데, 이게 현대·기아 차량에서는 옵션을 추가해야만 쓸 수 있는 기능입니다. 제가 경험상 주차할 때 가장 많이 쓰는 기능 중 하나인데, 기본으로 들어간다는 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전동 시트도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 기본입니다. 경쟁 차량의 시작 모델에서는 조수석 전동 시트가 빠지는 경우가 많다는 걸 생각하면, 이 부분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여기에 열선 시트와 통풍 시트, 전동 트렁크까지 기본으로 들어갑니다.
램프 구성도 살펴봤습니다. 헤드램프는 프로젝션 타입 LED가 들어갑니다. 프로젝션 타입이란 LED 빛을 렌즈로 모아서 멀리 고르게 쏘는 방식으로, 반사판으로 빛을 퍼뜨리는 MFR 타입보다 도달 거리와 조사 각도 측면에서 더 유리합니다. 웰컴 라이트와 LED 방향 지시등도 앞뒤 모두 기본입니다. 낮은 트림에서 이 정도 램프 구성은 흔치 않습니다.
3 존 에어컨도 짚어볼 만합니다. 앞 좌석과 2열 공간의 온도를 독립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구조인데, 중형 SUV 기본 트림에서 2열 송풍구 자체가 아예 빠지는 차종도 있다는 걸 감안하면 꽤 신경 쓴 부분입니다. 제가 가족과 함께 탈 차를 알아볼 때 2열 에어컨 유무를 꼭 확인하는 편인데, 이 점은 확실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왜 옵션이 이렇게 간소할까
필랑트에 추가할 수 있는 옵션은 사실상 조수석 패신저 디스플레이 하나뿐입니다. 이게 단순히 옵션을 줄인 게 아니라, 생산 라인 구조와도 연결됩니다. 현대·기아처럼 대규모 생산 라인을 운영하는 브랜드는 트림별로 다른 사양을 다르게 조립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반면 규모가 작은 브랜드는 옵션을 세분화하면 오히려 생산 단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하나로 통일하는 쪽이 원가 면에서 더 유리합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옵션 추가 없이 사도 웬만한 건 다 들어있다'는 구성이 나오는 셈입니다.
주파수 감응 댐퍼(FSD)도 테크노 트림 기본입니다. FSD란 주행 중 노면 상황과 속도 변화에 따라 댐퍼의 감쇠력을 실시간으로 바꿔주는 장치로, 쉽게 말해 도로가 울퉁불퉁할 때는 부드럽게, 고속 주행 시에는 단단하게 자동으로 세팅이 바뀝니다. 여기에 노이즈 캔슬레이터까지 기본입니다. 노이즈 캔슬레이터란 노면이나 하체에서 올라오는 저주파 소음을 반대 위상의 음파로 상쇄시켜 실내 정숙성을 높이는 기술입니다. 이 두 가지가 기본으로 들어가는 트림이 그란콜레오스에서는 상위 트림에 해당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500만 원 가격 차이의 상당 부분이 여기서 나온다고 보면 됩니다.
- 360도 어라운드 뷰 — 기본 탑재 (현대·기아는 옵션 추가 필요)
- 운전석·조수석 전동 시트 + 열선·통풍 시트 — 기본 탑재
- 프로젝션 타입 LED 헤드램프 + 웰컴 라이트 — 기본 탑재
- 주파수 감응 댐퍼(FSD) + 노이즈 캔슬레이터 — 기본 탑재
- 3존 독립 에어컨 + 전동 트렁크 + 메모리 시트 — 기본 탑재
- 크루즈 컨트롤 + 12.3인치 클러스터 + 어라운드 뷰 — 기본 탑재

실제로 타보니, 그란콜레오스와 뭐가 다를까
제가 직접 주행해 보면서 가장 먼저 든 느낌은 댐퍼가 꽤 컴포트한 성향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과속방지턱처럼 급격한 충격 구간에서도 불쾌한 진동이 실내까지 그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노이즈 캔슬레이터 덕분인지 저주파 소음도 생각보다 잘 잡혔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기본 트림이라 주행 품질에서 뭔가 빠져 있을 거라 반쯤 각오하고 탔거든요.
핸들링도 차체 크기 대비 민첩한 편입니다. 스티어링 응답이 둔하지 않아서 차선 변경이나 코너 진입 때 답답한 느낌이 없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 정도 크기의 SUV는 핸들이 한 박자씩 늦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은데, 필랑트는 그 부분이 상당히 개선된 느낌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란콜레오스와 비교하면 어떨까요. 가격 차이가 500만 원 정도 납니다. 르노코리아의 공식 홈페이지 기준으로 필랑트 테크노가 4,394만 원, 그란콜레오스 가솔린 시작 트림은 3천 중후반대에서 출고가 가능합니다(출처: 르노코리아). 이 차이가 크냐 작냐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체감한 주행 품질 차이는 분명히 있었습니다. 승차감이 좀 더 부드럽고, 스티어링 반응도 좀 더 날카로웠습니다.
다만 한 가지 고민은 중고차 시세입니다. 국내 시장에서 르노 브랜드의 잔존 가치가 현대·기아 대비 방어가 덜 된다는 건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국산 브랜드별 3년 후 잔존 가치율 차이가 최대 15~20% 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습니다(출처: 한국자동차연구원). 차 자체의 상품성은 납득되는데, 이 부분에서 저도 선뜻 구매를 권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결국 제가 직접 비교해 본 결론은 이렇습니다. 하이브리드만 출시되고, FSD·노이즈 캔슬레이터 같은 주행 품질 관련 사양을 기본으로 챙기고 싶다면 필랑트 테크노가 설득력이 있습니다. 반면 가성비를 최우선으로 본다면 그란콜레오스 가솔린 아이코닉 트림이 비슷한 옵션 구성에 더 낮은 가격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그쪽이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제가 나 같으면 어떻게 할 것 같냐고 스스로 물어봤을 때, 솔직히 그란콜레오스 가솔린 아이코닉을 먼저 들여다볼 것 같습니다. 필랑트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그 500만 원 차이가 저한테는 아직 꽤 크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필랑트 테크노 트림에 추가할 수 있는 옵션이 있나요?
A. 사실상 조수석 패신저 디스플레이 하나뿐입니다. 이 옵션을 추가하면 자동 주차 기능도 함께 활성화됩니다. 그 외에는 추가할 수 있는 옵션이 없어서, 처음부터 출고 가격이 거의 확정된다고 보면 됩니다.
Q. 필랑트 테크노와 아이코닉 트림, 뭐가 다른가요?
A. 아이코닉은 테크노 대비 369만 원 더 비쌉니다. 추가되는 주요 항목은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 앰비언트 무드등, 후방 긴급 제동 보조, 그리고 자동 주차가 기본 탑재됩니다. 루프 글라스가 없으면 실내 헤드룸이 더 여유롭고 차체 강성도 좋아진다는 점에서, 테크노가 반드시 손해인 구성은 아닙니다.
Q. 필랑트 테크노 vs 그란콜레오스, 어떤 걸 선택하는 게 나을까요?
A. 하이브리드 연비를 중시하고 주행 정숙성을 우선한다면 필랑트 테크노가 설득력 있는 선택입니다. 반면 가격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그란콜레오스 가솔린 아이코닉 트림이 비슷한 옵션 구성을 더 낮은 가격에 제공합니다. 두 차를 직접 시승한 뒤 주행감 차이를 체감해 보고 결정하는 것을 권합니다.
Q. 필랑트는 가솔린 모델도 있나요?
A. 현재 필랑트는 하이브리드 모델만 출시되어 있습니다. 시작 가격이 4,394만 원으로 다소 높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입니다. 가솔린 모델을 원한다면 현재로서는 그란콜레오스가 대안이 됩니다.
Q. 주파수 감응 댐퍼(FSD)가 실제 주행에서 얼마나 차이가 날까요?
A. 과속방지턱이나 거친 노면을 지날 때 충격이 실내로 전달되는 정도가 확연히 줄어드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FSD는 노면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댐퍼 강도를 자동 조절하는 장치인데, 장거리 주행 시 운전 피로감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란콜레오스에서는 상위 트림에 해당하는 옵션이라는 점도 참고할 만합니다.
결론
필랑트 테크노를 처음 봤을 때 '이 가격에 깡통 트림이 말이 되나'라고 생각했던 저였는데, 직접 살펴보고 타보니 그 생각이 절반쯤은 바뀌었습니다. 360도 어라운드 뷰, 전동 시트, 열선·통풍 시트, FSD, 노이즈 캔슬레이터까지 기본으로 챙겨주는 구성은 출고 가격 기준으로 따지면 분명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다만 중고차 잔존 가치문제는 제가 선뜻 '무조건 좋다'라고 말하기 어렵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정리하면, 하이브리드 연비와 기본 탑재 사양, 주행 품질을 중심으로 본다면 필랑트 테크노는 나쁜 선택이 아닙니다. 그전에 그란콜레오스와 옵션 구성을 한 번 더 비교해 보고, 가능하다면 두 차를 같은 날 시승해 보는 것을 권합니다. 숫자보다 직접 탔을 때의 느낌이 결국 결정을 더 빠르게 만들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