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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에서 손을 핸들에서 떼고 팔짱을 낀 채 달릴 수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저도 얼마 전까지는 그냥 먼 미래 이야기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미디어 행사에서 실제 테스트카 주행 영상을 직접 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포티투닷이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 제가 본 것들을 그대로 풀어보겠습니다.

자율주행 핸즈프리, 이게 정말 올해 나온다고?
솔직히 처음 행사장에 들어섰을 때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그동안 "곧 나온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였달까요. 그런데 전시돼 있던 테스트카를 직접 들여다보는 순간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아이오닉 6와 비슷한 외형이지만, 앞 범퍼, 사이드 미러, 루프 위까지 카메라가 촘촘하게 박혀 있었거든요.
특히 루프 위에 설치된 망원 카메라와 와이드 카메라, 이 두 개를 스테레오처럼 조합해서 E2E(End-to-End) 방식으로 AI에 입력한다는 설명이 인상 깊었습니다. 여기서 E2E 자율주행이란, 카메라 영상을 별도의 규칙 기반 알고리즘 없이 AI가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판단하고 제어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사람이 눈으로 보고 몸으로 운전하는 과정을 AI가 통째로 흉내 내는 겁니다.
행사에서 공개된 로드맵을 보면 올해 안에 제네시스 G90 페이스리프트에 HDA4가 탑재된다고 합니다. HDA4란 고속도로 주행 보조(Highway Driving Assist)의 네 번째 세대로, 핸들에서 손을 완전히 떼도 되는 핸즈프리 기능을 말합니다. 3세대는 건너뛰고 4세대가 된 이유는 내부적으로 3세대에 해당하는 기능이 이미 이전 모델에서 완성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행사 현장에서 가장 답답했던 부분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미국에서는 G90이 스스로 깜빡이를 켜고 차선을 갈아타며 램프를 빠져나가지만, 국내에서는 법규상 운전자가 팝업 확인을 눌러야만 차선 변경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같은 차를 사도 어느 나라에서 타느냐에 따라 경험이 달라진다는 얘기인데, 제가 직접 들으면서도 꽤 씁쓸한 기분이었습니다.
- 2025년(올해): G90 페이스리프트에 HDA4 탑재, 고속도로 핸즈프리 최초 상용화
- 2026년 초: 페이스카 공개, 도심 자율주행 수준의 체감 목표
- 2028년 상반기: 레벨 2+(Level 2+) 양산차 출시, NVIDIA 하이페리온 X 기반
- 2028년 하반기: 레벨 2++(고속도로+도심 모두 핸즈프리) 적용 확대
- 2029년 하반기: 현대 자체 AI '아트리아' 기반 레벨 2++ 전환
데이터 플라이휠, 현대가 가진 진짜 무기
행사에서 가장 오래 머릿속에 남은 개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데이터 플라이휠(Data Flywheel)'입니다. 플라이휠이란 엔진의 회전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부착하는 무거운 원판으로, 처음 돌리기는 어렵지만 한번 회전이 시작되면 강력한 관성으로 계속 돌아가는 부품입니다. 포티투닷이 이 개념을 자율주행 데이터 수집에 빗댄 건데, 제가 직접 들어보니 이게 꽤 설득력 있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연간 약 780만 대의 차량을 판매합니다(출처: 현대차그룹 공식 홈페이지). 테슬라의 연간 판매량이 약 180만 대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숫자입니다. 이 차량들 전부에 카메라와 센서를 붙이고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비용과 시간이 들겠지만, 한번 궤도에 오르면 수집되는 데이터의 규모가 테슬라를 넘어설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특히 박민우 대표가 부임 직후 도입했다는 SE(Special Event Recorder)가 인상적이었습니다. SE란 자율주행 차량이 당황하거나 오작동하는 특정 상황, 즉 엣지 케이스(Edge Case)만을 선별적으로 기록하는 시스템입니다. 여기서 엣지 케이스란 일반 주행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AI 학습에 핵심이 되는 예외적 상황들을 말합니다. 쓸모없는 평범한 주행 데이터를 걷어내고 AI가 진짜 배워야 할 상황만 압축해서 학습시키는 방식인데, 이게 학습 속도를 크게 끌어올렸다고 합니다.
E2E 자율주행에서 데이터 양이 핵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의 이 전략이 꽤 유효할 것 같습니다. 물론 데이터가 많다고 자율주행이 무조건 잘 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학습 재료의 양과 질 면에서는 경쟁력을 확보해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판교에서 광화문까지, 손 한 번 안 대고
행사에서 공개된 주행 영상을 보고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보통 이런 자리에서는 깔끔하게 잘 된 케이스만 편집해서 보여주는 것이 제가 지금까지 참석했던 행사에서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날은 핸들이 살짝 불안하게 떨리는 장면도 그대로 보여줬고, 박민우 대표가 직접 "이 부분은 아직 불안정하네요"라고 말하면서 영상을 보는 방식이 꽤 신선했습니다. 투명하게 현재 상태를 보여주는 태도가 오히려 신뢰를 줬습니다.
실제 테스트카가 판교에서 광화문까지 이동하는 영상에서, 제가 직접 보면서 가장 놀랐던 장면은 따로 있었습니다. 좁은 이면도로에서 불법 주차 차량 사이를 빠져나가는 장면, 보행 신호에 맞춰 함께 이동하는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동시에 인식하는 장면, 그리고 비보호좌회전 상황에서 맞은편 차의 흐름을 보고 타이밍을 잡아 좌회전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모든 걸 핸들에 손을 얹지 않은 채로 했다는 점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2028년 양산차에는 NVIDIA 하이페리온 X 플랫폼이 적용됩니다. 여기서 하이페리온 X란 NVIDIA가 자율주행차 전용으로 설계한 통합 컴퓨팅 플랫폼으로, 카메라·레이더·라이다 등 다양한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역할을 합니다(출처: NVIDIA 공식 홈페이지). 단, 최고 사양인 토르(Thor) 칩 대신 오린(Orin) 칩을 탑재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는데, 이는 원가 현실을 감안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토르 칩 포함 풀 센서 세트는 단가가 수백만 원 이상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라이더(LiDAR)는 양산차에는 넣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습니다. 라이더란 레이저 펄스를 발사해 주변 환경의 3D 지형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센서로, 자율주행의 정확도를 높이는 대신 비용이 큰 폭으로 올라가는 부품입니다. 대신 카메라 10개, 레이더 1개, 초음파 센서를 유지하는 구성으로 갑니다. 테슬라가 카메라 8개 체계를 쓰는 것과 비교하면 카메라 수에서는 앞서는 셈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포티투닷이 뭐하는 회사인가요?
A. 포티투닷(42dot)은 현대차그룹 산하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전문 회사입니다. E2E 방식의 AI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있으며, 현대차그룹 전체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번 행사도 포티투닷이 주관한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미디어데이였습니다.
Q. HDA4와 기존 HDA의 차이가 뭔가요?
A. 기존 HDA(Highway Driving Assist)는 고속도로에서 앞차와의 간격 유지, 차선 이탈 방지 등을 보조하는 수준이었습니다. HDA4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완전히 떼도 되는 핸즈프리 상태로 고속도로를 주행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올해 제네시스 G90 페이스리프트에 처음 탑재될 예정입니다.
Q. 한국에서 고속도로 자동 차선변경은 언제부터 가능한가요?
A. 현재 국내 법규(DCAS, 자율주행 조건부 허용 기준) 때문에 차선 변경 시 운전자의 확인 동의가 필요합니다. 내년 초 DCAS 규정 개정이 이루어지면 고속도로에서의 자동 차선변경이 국내에서도 허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도 유럽·미국에서는 이미 제공 중인 기능입니다.
Q. 현대차 자율주행차에 라이다가 안 들어가는 이유가 뭔가요?
A. 비용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라이다(LiDAR) 센서는 정밀도가 높지만 단가가 높아 양산차에 적용하면 소비자 가격이 크게 오릅니다. 포티투닷은 카메라 중심의 E2E AI로 이를 대체하겠다는 전략이며, 자율주행 택시 등 상업용 차량에는 라이다 탑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Q. 테슬라 FSD와 비교하면 현재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A. 현 시점에서 테슬라 FSD가 실제 서비스 경험과 주행 데이터 면에서 앞서 있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다만 포티투닷의 테스트카가 도심 이면도로와 교차로에서 보여준 주행 수준은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현대차의 판매 규모에서 나오는 데이터 플라이휠이 본격 작동하면 격차가 좁혀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결론
행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솔직히 마음이 좀 가벼워졌습니다. 그동안 "현대차 자율주행, 아직도 멀었잖아"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직접 보고 나니 그 생각이 절반쯤은 걷혔습니다. 테스트카 수준에서도 판교에서 광화문까지 손 한 번 안 대고 가는 모습은, 이게 정말 올해 나올 차의 전 단계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테슬라를 당장 앞지른다거나 2028년 계획이 반드시 맞아떨어진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AI 기술 발전 속도 자체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2년 뒤 어떤 경쟁 구도가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 포티투닷이 손 놓고 있지는 않다는 건 확인했습니다.
이제 남은 변수는 기업의 기술력이 아니라 법규입니다. 기술은 이미 준비됐는데 법규가 따라오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국내 소비자와 국내 기업 모두에게 돌아옵니다. 내년 DCAS 규정 개정이 어떤 방향으로 결론 나는지, 그게 올해 하반기의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