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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커 9X (파워트레인, 회전반경, 승차감)

1997-choi 2026. 9. 1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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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차 중량 3.1톤짜리 SUV가 아이오닉 5보다 회전 반경이 짧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반쯤은 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수치를 하나씩 들여다볼수록 이건 그냥 스펙 뻥튀기가 아니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지커의 플래그십 SUV 9X, 설계 단계부터 다르게 출발한 차입니다.

     

    파워트레인과 플랫폼 — 수치가 말하는 것들

    9X의 핵심은 SEA-S 플랫폼입니다. 여기서 SEA-S란 지리 그룹의 순수전기 아키텍처인 SEA를 기반으로, 엔진이 결합된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처음부터 수용하도록 새로 설계한 파생 플랫폼을 의미합니다. 기존 지커 차량들이 사용한 순수 전기 전용 플랫폼과는 근본부터 다릅니다.

    이 플랫폼에 올라간 파워트레인 구성을 보면 숫자들이 꽤 자극적입니다. 배터리 용량은 70 kWh, 충전 시스템은 900V. 900V 아키텍처란 충전 전압을 기존 400V 대비 두 배 이상 끌어올려 충전 속도를 극적으로 높이는 고전압 전기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배터리 용량이 70 kWh나 되는 PHEV를 제때 충전하려면 이 정도 속도는 필수라는 뜻입니다. E-PIT 같은 초급속 충전기에서 약 250kW 내외의 속도가 나온다는 계산도 여기서 나옵니다.

    엔진 쪽도 그냥 넘어가기 어렵습니다. 탑재된 2.0리터 터보 엔진은 볼보와 지리가 합작 설립한 파워트레인 전문 법인이 PHEV 전용으로 개발한 것으로, 열효율이 46%에 달합니다. 열효율이란 연료가 가진 에너지 중 실제 구동력으로 전환되는 비율을 뜻하는데, 일반 내연기관 엔진이 통상 35~38%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상당히 높습니다(출처: 국제에너지기구(IEA)). 이 엔진은 9X 이전에 다른 차량에 적용된 전례가 없는, 이 플랫폼을 위해 처음 만들어진 엔진입니다.

    작동 방식도 독특합니다. 시속 80km 미만에서는 엔진이 오로지 발전기로만 작동해 배터리를 충전합니다. 80km 이상에서는 단일 기어비로 엔진 동력이 바퀴에 직결되는 구조입니다. 트랜스미션(변속기)이 없다는 점이 여기서 핵심인데, 변속기 없이 단 하나의 기어비만으로 엔진을 구동축에 연결하는 방식은 혼다의 i-MMD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유사한 개념입니다. 저 역시 이 구조를 처음 접했을 때 "그럼 엔진은 발전용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고속 직결 구간에서 배터리 충전과 바퀴 구동을 동시에 해내는 방식이라 단순 REV(주행거리 연장 전기차)와는 다릅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배터리가 빈 상태로 출발해도 도착 시점에 배터리가 가득 차 있고, 이후 전기 모드로 300km 내외를 추가 주행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구조입니다. 제가 이 수치들을 처음 확인했을 때 "이게 PHEV인지 REV인지 경계가 이미 흐려졌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 배터리: 70kWh (CATL 3원계), 충전 시스템: 900V
    • 엔진: 2.0 터보, 열효율 46%, 트랜스미션 없음 (단일 기어비)
    • 80km 미만 — 발전 전용 / 80km 이상 — 바퀴 직결 + 동시 충전
    • SEA-S: SEA 아키텍처 기반 최초의 PHEV 전용 파생 플랫폼
    • 기가 캐스트(Giga Cast): 대형 알루미늄 구조물을 한 번의 주조로 생산하는 공법, 차체 하부·C필러 양측에 적용
    요약: 9X의 파워트레인은 PHEV임에도 70kWh·900V·열효율 46% 전용 엔진이라는 수치로, 기존 PHEV와 REV의 경계를 허무는 독자적인 구조를 갖췄습니다.

     

    회전반경과 승차감 — 잘한 것과 아직 부족한 것

    3.1톤, 전장 5미터를 넘는 차가 회전 반경 5.5m를 실현했다는 사실은 플랫폼 설계 단계에서 얼마나 이 부분을 우선순위에 뒀는지를 보여줍니다. 아이오닉 5와 테슬라 모델 Y가 각각 약 5.9m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이 수치의 의미가 분명해집니다(출처: 현대자동차 공식 제원). 후륜 조향 없이 앞바퀴의 타각 자체를 더 크게 설계한 결과입니다.

    흥미로운 건 이를 위해 앞쪽 차체에는 기가 캐스트를 의도적으로 쓰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기가 캐스트를 적용하면 구조물이 두꺼워져 바퀴가 꺾이는 공간 확보가 어려워집니다. 뒤쪽 언더바디와 C필러 양측에는 기가 캐스트로 강성과 경량화를 동시에 잡고, 앞쪽에는 모노코크 공법으로 조향각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타협한 겁니다. 제가 직접 수치를 보면서 느낀 건, 이게 단순한 마케팅 스펙이 아니라 설계 트레이드오프가 명확히 보이는 구조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승차감에서의 한계입니다. 에어 서스펜션을 탑재하고 이중접합 차음 글라스를 전 창문에 적용해 실내 풍절음은 상당히 잘 억제돼 있습니다. 큰 범프를 넘을 때의 피칭 제어나 고속 차선 변경 시 자세 안정성도 3.1톤짜리 차로는 예상 이상의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레인지로버 구세대의 찰랑거리는 감각이 고속 대형 범프에서만큼은 느껴진다는 게 제 솔직한 인상이었습니다.

    문제는 노면 잔진동입니다. 정확히는 거친 노면에서 스티어링 휠과 시트, 플로어를 통해 올라오는 로드 노이즈(Road Noise)입니다. 로드 노이즈란 타이어와 노면 접촉에서 발생하는 진동과 소음이 차체를 통해 실내로 전달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부분이 플래그십 급으로는 과하게 많이 올라오는 편입니다. 제 기준에서는 제네시스 G90이나 GV80과 비교해도 이건 조금 더 신경 써야 할 영역으로 보였습니다.

    하이퍼 트림에 탑재되는 48V 전자식 액티브 스태빌라이저(Active Stabilizer)가 로드 노이즈 자체를 잡아주지는 않더라도, 차체 자세 제어가 더 촘촘해지면 전반적인 고급감은 분명히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48V 액티브 스태빌라이저란 차체가 기울어질 때 48볼트 전기 모터로 좌우 스프링 강성을 실시간 조절해 롤(기울어짐)을 억제하는 시스템입니다. 한국 출시 시점에 이 옵션이 기본 포함된다면, 지금보다 완성도가 한 단계 올라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율주행 측면에서는 엔비디아 토르(NVIDIA Thor) 칩이 탑재되어 있고, 도심 자율주행과 자율주차 수준의 성능은 실제 테스트에서도 작년 대비 눈에 띄게 개선된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레벨 3 구현을 위한 하드웨어는 이미 탑재된 상태이며, OTA(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추후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다만 한국에 이 하드웨어 스펙을 그대로 들고 올지는 아직 미정입니다.

    요약: 회전 반경과 고속 자세 안정성은 체급 대비 기대 이상이지만, 노면 진동 필터링은 플래그십 수준에 아직 미치지 못하는 것이 솔직한 평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커 9X는 PHEV인가요, REV인가요?

    A. 공식 분류는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이지만, 구조적으로는 중간 어딘가에 있습니다. 80km 미만에서는 엔진이 발전 전용으로만 작동하고, 80km 이상에서는 단일 기어로 바퀴에 직결됩니다. 70kWh라는 배터리 용량까지 감안하면 일반 PHEV보다 REV에 훨씬 가까운 운용이 가능하고, 실제로 PHEV인지 REV인지 구분이 의미 없어지는 수준의 설계라고 보시면 됩니다.

     

    Q. 한국 출시 예상 가격은 얼마인가요?

    A. 중국 내 판매 가격이 듀얼 모터·70kWh 기준으로 약 9,700~9,800만 원 수준으로 예상됩니다. 중국 차량이 국내에 들어올 때 통상 운송비·관세·인증비 등으로 중국가 대비 1.5배 정도 가산되는 경향이 있어, 국내 출시 시 약 1억 4,000만~1억 5,000만 원대가 예상 범위로 거론됩니다. 다만 공식 발표가 아니므로 변동 가능성이 있습니다.

     

    Q. SEA-S 플랫폼이 폴스타랑 같은 플랫폼 아닌가요?

    A. SEA는 플랫폼 이름이 아니라 아키텍처(설계 원칙)의 이름입니다. 이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차종과 목적에 따라 전혀 다른 플랫폼이 파생됩니다. 폴스타가 사용하는 것은 순수 전기 전용 SEA 기반 플랫폼이고, 9X가 사용하는 SEA-S는 PHEV 구동계를 수용하도록 새로 설계된 별개의 플랫폼입니다. 체급과 구조 모두 다릅니다.

     

    Q. 승차감이 레인지로버 수준이라는 게 사실인가요?

    A. 고속도로에서 큰 업앤다운을 처리하는 감각만 놓고 보면 레인지로버 구세대의 찰랑거리는 느낌과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거친 노면에서 스티어링 휠과 시트로 올라오는 로드 노이즈는 플래그십 급으로는 다소 과한 편이고, 전체적인 고급 정숙감에서는 차이가 납니다. 레인지로버 수준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일부 상황에서 근접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합니다.

     

    Q. 기가 캐스트가 차체에 왜 좋은 건가요?

    A. 기가 캐스트(Giga Cast)란 차체의 대형 구조물을 수백 개의 부품으로 조립하는 대신 알루미늄 합금을 한 번에 대형 금형으로 찍어내는 주조 공법입니다. 부품 수가 줄어들어 무게가 가벼워지고, 용접 이음새가 없어 구조 강성이 높아집니다. 9X는 차체 하부와 C필러 양측에 이 공법을 적용해 비틀림 강성을 높였으며, 앞쪽은 조향각 확보를 위해 의도적으로 모노코크를 유지했습니다.

     

    결론

    지커 9X를 수치로 들여다보면, 중국 브랜드가 단순히 스펙을 나열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걸 느낍니다. 70kWh 배터리에 900V 충전 시스템, 열효율 46%의 PHEV 전용 엔진, 3.1톤 차체임에도 아이오닉 5보다 짧은 회전 반경. 이 조합이 설계 철학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이 제게는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제 기준에서 이 차를 선뜻 추천하기 전에 한 가지 조건을 달고 싶습니다. 노면 진동 필터링 문제가 한국 출시 전에 개선되는지 여부입니다. 48V 액티브 스태빌라이저를 포함한 사양으로 들어오고, 로드 노이즈 튜닝이 한 단계 다듬어진다면, 1억 5,000만 원대에서 GV90이나 수입 플래그십 SUV와 실질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선택지가 하나 더 생기는 겁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나쁜 그림은 아닙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Ah5PoFT2bKE&t=13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