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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스(Abarth) 500e는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입니다. 155마력 모터와 레코드 몬자 가상 배기음을 탑재해 전기차에서도 핫해치의 감성을 살리겠다는 의도가 분명합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보기 전까지는 "전기차도 아바스다울 수 있겠다"는 기대와 "배기음도 없는데 뭘 어떻게 하겠어"라는 의심이 동시에 있었습니다.

핫해치 감성 "아바스 500e" — 전기차로 옮겨온 것들
가솔린 595를 타봤던 분이라면 아마 저처럼 "전기차 아바스가 그 손맛을 낼 수 있을까"하는 물음을 품게 될 겁니다. 제가 처음 500e에 올라탔을 때, 시트 포지션부터 달랐습니다. 블랙과 은색 알칸타라 가죽으로 마감된 헤드레스트 일체형 스포츠 시트는 서킷용 버킷 시트의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온 듯했고, 알칸타라 소재의 스티어링 휠은 그립감 하나만큼은 가솔린 모델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플랫폼은 전기차 전용으로 새로 설계되어 기존 가솔린 모델과 공유하는 부품이 4% 수준에 불과합니다. 여기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란 배터리 팩을 차체 바닥에 깔아 무게 중심을 낮추도록 처음부터 설계된 구조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배터리가 트렁크나 뒷좌석 아래에 얹혀 있는 게 아니라, 차의 뼈대 자체가 배터리를 품도록 만들어진 것입니다. 덕분에 전후 중량 배분이 57대 43으로 꽤 잘 잡혀 있었고, 제가 직접 코너를 돌아봤을 때 차체가 예상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받쳐준다는 느낌이 왔습니다. 가솔린 시절의 경쾌함이 다른 방식으로 되살아난 셈입니다.
다이아몬드 커팅 18인치 휠에 205/40 R18 브리지스톤 포텐자 스포츠 타이어를 장착한 점도 눈에 띕니다. 포텐자 스포츠는 고성능 차량에 주로 쓰이는 타이어 라인으로, 건조 노면에서의 그립과 코너 응답성에 최적화된 제품입니다(출처: 브리지스톤 공식 사이트). 전기차 특유의 즉각적인 토크 반응과 이 타이어의 조합은 생각보다 꽤 잘 어울렸고, 솔직히 이 부분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드라이브 모드는 스콜피온 스트리트, 스콜피온 트랙, 투리스모 세 가지로 구성됩니다. 스콜피온 모드는 가속 응답을 더 예민하게 세팅해 주행 감각이 확실히 달라지는데, 문제는 항속거리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제 경험상 스콜피온 모드로 조금 신나게 달리다 보면 배터리 잔량에 시선이 자꾸 가게 됩니다. 결국 저도 모르게 투리스모 모드로 돌아와 조용히 달리고 있었습니다.
- 모터 최고 출력 155마력 / 최대 토크 235Nm
- 차량 중량 1,360kg (카브리올레는 20kg 추가)
- 전후 중량 배분 57:43, 배터리 저중심 설계
- 42kWh 리튬이온 배터리, 완충 시 최대 303km
- 드라이브 모드 3종: 투리스모 / 스콜피온 스트리트 / 스콜피온 트랙
레코드 몬자 사운드와 전기차의 감성적 한계
아바스 500e에서 가장 화제가 된 부분이 바로 레코드 몬자(Record Monza) 배기음 재현입니다. 레코드 몬자란 아바스가 오랜 기간 시그니처 배기 사운드로 사용해 온 스포츠 배기 시스템의 이름으로, 특유의 거칠고 낮은 울림이 브랜드 정체성과 동의어처럼 쓰여왔습니다. 500e는 이 소리를 가솔린 엔진의 실제 배기음을 분석해 2년에 걸쳐 사운드 제너레이터로 재현했습니다. 처음 켰을 때 저도 꽤 신선하다고 느꼈습니다. "아, 이 정도면 그럴듯한데"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그런데 20~30분쯤 달리다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음량 조절 기능이 없어서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가 계속 같은 크기로 흘러나오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인위적인 느낌이 쌓입니다. 사운드 제너레이터(Sound Generator)란 차량 내외부 스피커를 통해 인공적으로 엔진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장치로, BMW M 시리즈나 폭스바겐 GTI 등 여러 제조사가 비슷한 방식을 씁니다. 문제는 진짜 배기음은 엔진 회전수와 부하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유기적인 소리인 반면, 제너레이터 사운드는 아무리 잘 만들어도 그 변화의 결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선명하게 느껴졌습니다.
원페달 드라이빙(One-pedal Driving)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원페달 드라이빙이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 회생 제동이 작동해 차가 감속되는 방식으로, 별도의 브레이크 조작 없이도 속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전기차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유리한 기능이지만, 처음 접하면 마치 브레이크를 급하게 밟는 것 같은 감각이 와서 동승자도 불편하고 운전자도 리듬을 타기 어렵습니다. 가솔린 수동 변속기에 익숙한 분이라면 저처럼 초반에 꽤 적응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충전 방식도 짚어둘 만합니다. 급속 충전 시 차데모(CHAdeMO) 방식을 지원하는데, 차데모란 일본이 주도해 국제표준화한 직류 급속 충전 규격으로 국내외 급속 충전 인프라에 상당수 보급되어 있습니다(출처: CHAdeMO Association 공식 사이트). 다만 전용 어댑터가 삼각대보다 크고 무거워서 트렁크 185L의 적잖은 자리를 차지합니다. 이 부분은 솔직히 개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바스 500e 실제 주행거리가 303km인가요?
A. 공식 스펙상 완충 시 최대 303km이지만, 스콜피온 스트리트나 스콜피온 트랙 모드로 적극적으로 달리면 실질 항속거리는 그보다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이 수치를 그대로 믿기보다는 투리스모(노멀) 모드 기준의 추정치로 보는 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Q. 레코드 몬자 배기음은 끄거나 볼륨 조절이 되나요?
A. 현재 500e의 사운드 제너레이터는 별도의 볼륨 조절 기능이 없습니다. 켜고 끄는 선택은 가능하지만, 켠 상태에서는 항상 동일한 음량으로 재생됩니다. 장시간 주행 시 피로감이 생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는데, 저 역시 같은 경험을 했습니다.
Q. 아바스 500e와 피아트 500e의 차이가 뭔가요?
A. 두 차량은 같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사용하지만, 500e는 118마력인 반면 아바스는 155마력으로 파워업되었습니다. 인테리어도 피아트가 밝고 심플한 분위기라면 아바스는 알칸타라 소재와 블랙 위주 배색으로 완전히 다른 스포티한 인상을 줍니다. 전장은 45mm 더 길지만 이는 프론트 범퍼 디자인 차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Q. 기존 아바스 가솔린 모델 오너라면 500e로 넘어갈 만한가요?
A. 이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쉽게 "넘어가세요"라고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저중심 코너링이나 즉각적인 토크 반응 같은 강점은 있지만, 수동 변속기 특유의 손맛과 진짜 배기음의 감성을 그리는 분들에게는 아직 메워지지 않은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전기차 자체에 충분히 적응된 분이라면 훨씬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
아바스 500e는 전기차가 운전의 감성을 어떻게 붙잡을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한 결과물입니다. 저중심 플랫폼에서 오는 핸들링, 즉각적인 토크 반응, 알칸타라 소재 중심의 스포티한 인테리어까지 꽤 많은 것을 잘 담아냈습니다. 그러나 레코드 몬자 가상 배기음은 음량 조절조차 안 되고, 스포츠 모드를 쓸 때마다 항속거리 걱정이 뒤따르며, 원페달 드라이빙의 감각 차이는 내연기관 경험자에게 낯설게 다가옵니다.
전기차의 기술적 완성도와 아날로그 감성 사이의 간격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는 아바스만의 문제가 아닌, 전동화 시대를 맞은 모든 스포츠 브랜드의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가솔린 아바스의 손맛을 기억하는 분이라면 시승을 먼저 해보고 결정하는 것을 권합니다. 반대로 전기차에 이미 익숙하고 작은 스포츠카의 감각을 원하는 분이라면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