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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 르반떼 SQ4에 들어간 엔진이 크라이슬러 펜타스타와 같다는 말, 인터넷에서 워낙 많이 봐서 저도 반쯤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운전하고 나서 좀 더 파고들어 봤더니, 그 인식이 꽤 많이 틀려 있었습니다. 1억 5천만 원이라는 가격표와 함께 이 차가 과연 그 돈값을 하는지, 타보고 나서야 생긴 솔직한 생각들을 정리해봤습니다.

페라리 엔진이라는 말, 진짜일까 — 엔진 진실과 주행감성
"크라이슬러 엔진 얹은 마세라티에 왜 그 돈을 쓰냐"는 말, 인터넷에서 정말 지긋지긋하게 봤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조금 더 찾아보니 이 이야기는 상당 부분 잘못된 정보에 기반하고 있었습니다.
르반떼 SQ4에 탑재된 엔진은 코드네임 'F160'으로 불리는 페라리 개발 V6 트윈터보입니다. 트윈터보(Twin-Turbo)란 하나의 엔진에 터보차저 두 개를 장착해 과급 효율을 끌어올리는 구성으로, 고회전 영역에서도 출력이 꺾이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확인해 보니 엔진 블록의 외벽 두께와 실린더 간격, 전체 길이 모두 펜타스타와 달랐고, 인젝터와 점화 코일, 터빈은 당시 페라리 V8 계열과 공용 부품을 사용했습니다. 블록의 기본 형상만 참고한 수준일 뿐, 사실상 마세라티와 페라리가 새로 만든 엔진이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 엔진이 만들어내는 질감은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3000cc V6 엔진임에도 터보 랙(Turbo Lag)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터보 랙이란 가속 페달을 밟은 순간과 실제 가속력이 치고 나오는 순간 사이의 지연감을 말하는데, 보통 트윈터보 세팅에서도 이 지연이 살짝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르반떼 SQ4는 그 타이밍이 상당히 매끄러워서, 430마력이라는 출력이 발끝에서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8단 자동변속기와의 궁합도 제 경험상 꽤 좋았습니다. 다운시프트(Downshift), 즉 고단에서 저단으로 변속이 이루어질 때 충격이 거칠지 않고 스포츠 모드에서도 적당한 반응감을 유지합니다. 쉽게 말해, 기어가 낮아질 때 차체가 갑자기 튀거나 불쾌한 충격이 오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다만 배기음 문제는 저도 양면을 느꼈습니다. 6기통 치고는 정말 독특한 저음 공명이 인상적인데, 문제는 정차 상태나 시내 저속 주행 중에도 그 공명음이 실내로 꽤 많이 올라온다는 점입니다. 공명음(Resonance)이란 특정 주파수에서 진동이 증폭되어 실내에 울리는 소리를 말하는데, 이게 신호 대기 중에 계속 느껴지면 동승자 입장에서는 멀미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제 경우엔 단거리 시승에서도 살짝 피로함을 느꼈습니다. M5나 파나메라처럼 플랩을 닫았을 때 실내가 조용해지는 완성도와는 아직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 V6 트윈터보 F160 엔진: 페라리와 마세라티가 새로 설계한 블록, 펜타스타 유용 아님
- 터보 랙 거의 없고 430마력 출력 전달감이 자연스러움
- 8단 변속기와의 궁합 우수, 다운시프트 충격 적음
- 정차·저속 시 실내 공명음 유입은 데일리 SUV로서 아쉬운 부분
1억 5천만 원인데 HUD가 없다 — 편의장비와 감성 퀄리티
일반적으로 이 가격대의 럭셔리 SUV라면 당연히 갖추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타보니 그 기대가 한 방에 무너지는 순간들이 꽤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HUD(Head-Up Display), 즉 전방 유리에 속도나 내비게이션 정보를 투영해 주는 기능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1억 5천만 원짜리 차에 HUD가 없는 경우는 요즘 거의 보기 드뭅니다. 반자율주행 기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인터넷에서는 반자율주행이 된다고 알려진 경우도 있었는데, 제 경험상 이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daptive Cruise Control)과 혼동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란 앞 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해 주는 기능인데, 핸들 조향을 보조하는 차선 유지 기능과는 전혀 다릅니다. 실제로 고속도로에서 핸들을 잠깐 놓으면 이 차는 바로 경고를 보냅니다. 또 시트의 허벅지 받침대 길이를 조절하는 풋레스트(시트 쿠션 익스텐션) 기능도 없었습니다. 이건 포르쉐 카이엔이나 벤츠 GLS 같은 경쟁 모델에서는 이미 기본으로 들어가 있는 사양입니다(출처: 포르쉐 코리아 공식 사이트).
감성 퀄리티(Perceived Quality) 측면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감성 퀄리티란 수치로 환산되지 않는 소재감, 스위치 조작감, 개폐음 같은 촉각·청각적 만족도를 뜻합니다. 핸들에 달린 스위치류의 재질이 오래된 TV 리모컨 수준의 고무 느낌이었고, 기어봉을 조작할 때마다 플라스틱 마찰음이 났습니다. 방향지시등 레버는 끝이 너무 두껍고 짧아서 손이 작으면 아예 끝에 걸리지 않는 경우도 생길 수 있어 보였습니다.
반면 내장재에 사용된 제냐(Zegna) 원단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제냐는 이탈리아의 명품 수트 원단 브랜드로, 알칸타라와는 또 다른 포근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질감을 시트와 도어 트림, 천장까지 전면적으로 적용했습니다. 이 부분만큼은 제 경험상 동급 독일 브랜드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분위기였습니다. 마세라티 특유의 삼지창 그릴과 낮게 깔린 보닛 라인도 SUV임에도 스포츠카 같은 실루엣을 만들어냅니다(출처: 마세라티 코리아 공식 사이트).
결국 이 차는 편의장비 체크리스트를 하나씩 따져가며 보면 분명히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실내에 앉았을 때 "이탈리아 차를 타고 있다"는 감각은 꽤 강하게 전달됩니다. 그 감각에 얼마를 지불할 의향이 있느냐가 이 차를 선택하는 기준이 될 것 같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르반떼 SQ4 엔진이 크라이슬러 펜타스타 엔진이라는 말이 맞나요?
A. 일반적으로 그렇게 알려진 경우가 많은데, 제가 더 파고들어 확인해보니 사실과 다릅니다. 블록의 기본 형상에서 영감을 얻었을 수는 있지만, 실린더 크기와 외벽 두께, 주요 부품 구성이 완전히 다르며 페라리 이탈리아 모데나 공장에서 조립됩니다. 펜타스타 엔진과 같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Q. 르반떼 SQ4 반자율주행 기능이 있다고 하던데 실제로도 그런가요?
A. 인터넷에 잘못된 정보가 꽤 퍼져 있습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앞차와 거리 자동 유지)은 있지만, 핸들 조향까지 보조해주는 차선 유지 기반의 반자율주행 기능은 없습니다. 핸들을 놓으면 바로 경고가 옵니다.
Q. 동급 경쟁 차량과 비교하면 어떤 차를 선택하는 게 나을까요?
A. 편의장비와 가성비를 중시한다면 포르쉐 카이엔 GTS, BMW X5M, 레인지로버 스포츠 SV가 같은 예산 안에서 더 충실한 선택지입니다. 반면 이탈리아 배기음과 브랜드 감성, 페라리 개발 엔진의 질감을 우선에 두신다면 르반떼만이 줄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Q. 르반떼 SQ4 서스펜션은 스포츠 모드에서 확실히 달라지나요?
A. 제 경험상 스포츠 모드와 일반 모드의 감쇠력 차이가 체감상 크지 않았습니다. 에어스프링과 ZF 쇼바 조합임에도 딱딱하게 바뀌는 느낌이 약해서, 고속 코너링 시 다소 불안한 느낌이 남습니다. 단단한 주행감을 기대하신다면 아쉬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결론
르반떼 SQ4를 타면서 저는 계속 같은 질문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차는 도대체 어떤 사람을 위한 차인가." 성능 수치나 편의 장비 목록만 보면 1억 5천만 원짜리로서 분명히 부족한 구석이 있습니다. HUD도 없고, 차선 유지 기능도 없고, 시트 조절도 빠져 있습니다.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포르쉐 카이엔 GTS나 BMW X5M이 기능 측면에서는 훨씬 촘촘하게 채워져 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가 직접 운전하면서 느낀 건, 이 차가 주는 감각은 스펙시트로 설명되지 않는 영역에 있다는 점입니다. 페라리 개발 V6 트윈터보가 고RPM으로 올라갈 때의 질감, 6 기통에서 만들어낸 독특한 배기 톤, 제냐 원단이 만드는 이탈리아 특유의 실내 분위기. 이것들이 불편함을 덮을 만큼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분이라면, 르반떼 SQ4는 다른 어떤 차로도 대체하기 어려운 선택지입니다. 반대로 체크리스트를 꼼꼼히 따지는 분이라면, 시승 전에 정차 상태의 공명음과 스포츠 모드 감쇠력을 반드시 직접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