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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EX90 시승기 (주행성능, 승차감, 전기차기술)

1997-choi 2026. 9. 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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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저는 볼보 EX90을 타기 전까지 "볼보가 얼마나 달라졌겠어"라고 생각했습니다. 안전하고 조용하고 무난한 차. 그게 제가 알던 볼보였으니까요. 그런데 직접 타보고 나서 그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680마력짜리 대형 전기 SUV가 이렇게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볼보답지 않은 볼보 — 주행성능이 달라졌다

    제가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았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이게 볼보 맞나"였습니다. 피가 뒤로 쏠리는 그 느낌. 보통 이런 감각은 스포츠카에서나 경험하는 건데, 3열까지 갖춘 대형 SUV에서 그걸 느끼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EX90의 공식 제로백(0→100km/h 가속 시간)은 4.2초입니다. 여기서 제로백이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차의 가속 성능을 가늠하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입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계측해 봤더니 4.0초 플랫이 나왔습니다. 공식 수치보다 오히려 빨랐습니다. 포르셰 전기 모델이 3.5초대인 걸 감안하면, 이 덩치에 이 숫자는 상당한 겁니다.

    구동 방식을 보면, 전륜에 비동기 모터, 후륜에 영구자석 모터를 배치한 이중 모터 4륜 구동 구조입니다. 비동기 모터란 외부에서 공급되는 자기장으로 회전력을 만드는 방식으로, 평상시 효율이 좋아 에너지 절약에 유리합니다. 덕분에 일상 주행에서는 효율이 좋은 후륜 모터 중심으로 달리다가, 필요할 때만 전륜 모터를 합산해 680마력 풀파워를 쑵니다.

    핸들링도 제 예상을 넘었습니다. 온센터 영역(on-center)이라 불리는 직진 중 미세 조향 반응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온센터 영역이란 스티어링 휠이 정중앙에 있을 때 차가 직진성을 유지하면서도 아주 미세한 조향 입력에 얼마나 정확히 반응하는지를 나타내는 특성입니다. 쉽게 말해, 핸들을 2~3mm만 틀어도 차가 바로 반응하는지의 문제인데, EX90은 이 부분에서 볼보 SUV 역대 최상급 반응을 보여줬습니다.

    선회 중에 스티어링 휠이 스스로 카운터 스티어를 보조해 주는 장면도 흥미로웠습니다. 카운터 스티어(counter steer)란 차가 과도하게 미끄러질 조짐이 보일 때 반대 방향으로 핸들을 꺾어 자세를 바로잡는 기술입니다. 이걸 시스템이 자동으로 도와준다는 건, 볼보가 이 차에서 단순한 안전장치를 넘어 능동적인 주행 보조 세팅을 구현했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운전해 보면 묘하게 차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납니다.

    • 실측 제로백 4.0초 — 공식 수치(4.2초) 초과 달성
    • 전륜 비동기 + 후륜 영구자석 이중 모터, 합산 680마력
    • 온센터 영역 반응: 볼보 SUV 중 역대급 수준
    • 선회 시 카운터 스티어 자동 보조 기능 탑재
    요약: EX90의 주행성능은 볼보 기존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는 수준으로, 가속·핸들링·주행 보조 모두에서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아쉬움의 정체 — 승차감을 갈라놓은 22인치 휠

    제가 시승하면서 가장 오래 생각한 부분이 바로 이겁니다. 이 차의 에어 서스펜션 세팅 자체는 정말 잘 됐습니다.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 "툭" 하고 부드럽게 눌러주는 처리가 인상적이었고, 언덕에서 발을 놨다 다시 밟을 때도 탁 치는 게 아니라 쓱 하고 2~3cm를 부드럽게 올라가다 멈추는 세팅까지 꽤 세심하게 만져진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타이어입니다. 현재 국내 출시 모델에는 22인치 휠이 기본 장착되고, 전륜 265mm, 후륜 295mm라는 넓은 타이어가 끼워져 있습니다. 타이어 편평비(aspect ratio)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는 타이어 폭 대비 옆면 높이의 비율을 뜻합니다. 인치가 클수록 이 비율이 낮아져 타이어 측면이 얇아지고, 노면의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결국 불규칙한 노면에서 타이어가 걸러주지 못한 자잘한 진동이 그대로 실내로 전달됩니다. 제 경험상 이게 확실히 느껴졌습니다. 특히 고속도로 불규칙 노면에서 저음의 울림이 꽤 있었습니다.

    에어 서스펜션(air suspension)은 공기 압력으로 차체 높이와 댐핑 강도를 조절하는 장치입니다. 일반 코일스프링보다 노면 변화에 훨씬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어 고급 대형 SUV에 주로 쓰입니다. EX90의 서스펜션 처리 능력 자체는 충분히 좋은데, 22인치라는 한계를 이기지 못하는 상황인 겁니다. 서스펜션이 버텨주는 구간에서는 기대 이상의 승차감이 나오다가, 타이어 영역에서 한계를 보이면서 무너지는 패턴이 반복됐습니다.

    볼보가 상품을 기획할 때 20~21인치 휠 옵션을 마이너스 패키지로라도 넣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제 기준으로는, 지금 서스펜션 세팅이라면 20인치 휠 하나만 바꿔도 3열 승객까지 승차감 불만 없이 태울 수 있는 차가 됩니다. BMW iX3도 22인치를 끼우면서 승차감이 상당히 아쉬워졌던 사례가 있는 만큼, 이건 볼보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입 대형 SUV 업계 전반의 고질적인 상품 기획 아쉬움입니다(출처: 모터그래프).

    요약: 에어 서스펜션 세팅 자체는 우수하지만, 22인치 휠·타이어가 승차감의 발목을 잡고 있어 20~21인치 옵션 추가가 절실합니다.

     

    800V 전기차 기술과 가격 — 지금 살 이유가 있는가

    국내에 들어온 EX90은 해외 초기형과 다릅니다. 800V 고전압 시스템으로 완전히 새로 설계됐고, 배터리·모터·인버터까지 전체를 바꿨습니다. 800V 시스템이란 기존 400V 전기차 대비 두 배 높은 전압으로 전기를 흘려보내는 구조로, 같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어 충전 속도가 대폭 빨라집니다. 최대 350kW 급속 충전을 지원해 10→80% 충전이 약 22분 만에 가능합니다.

    배터리는 CATL이 공급하는 106 kWh급을 사용하고, 국내 인증 복합 주행거리는 448km, 복합 전비는 kWh당 3.8km입니다. 피크 충전 속도 350kW가 인상적이긴 한데, 제가 직접 실사용에서 확인한 건 아니고, 지속적인 평균 충전 속도는 피크치보다 낮을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충전 인프라 상황이나 배터리 온도에 따라 실제 충전 경험은 달라지니까요(출처: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실내 구성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14.5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 하나에 대부분의 기능을 몰아넣은 방식은 적응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이드미러 조절, 윈도 조작, 공조 설정까지 화면 안으로 들어가 있어서 처음 타는 사람은 꽤 헤맵니다. 특히 스티어링 칼럼을 전동으로 조절하게 바꾼 건 기존 볼보의 "안전을 위해 수동 유지"라던 철학과 정면으로 배치돼서, 저는 그 부분이 좀 걸렸습니다. 테슬라를 따라간 건지, 아니면 정말 철학이 바뀐 건지.

    그래도 가격 측면에서는 확실히 매력적입니다. BMW iX M70급과 비교하면 퍼포먼스 트림 기준으로도 가격 차이가 상당히 납니다. 볼보는 또 할인을 최소화하는 정찰제에 가까운 판매 정책을 유지하기 때문에 중고차 잔존 가치 방어 측면에서도 유리합니다. 브랜드 밸류에서는 BMW에 밀린다는 걸 인정하더라도, 이 가격 차이라면 볼보가 충분히 설득력 있는 선택지입니다. 바워스 앤 윌킨스(Bowers & Wilkins) 25개 스피커, 돌비 애트모스 지원 사운드 시스템은 이 가격대 경쟁차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수준이었습니다. 대시보드 썬라이크 LED 조명이 우드 패널을 은은하게 통과하는 실내 분위기도, 실제로 앉아보면 숫자로 설명하기 어려운 만족감이 있습니다.

    요약: 800V 시스템과 106kWh 배터리로 충전 경쟁력을 높였고, 가격 대비 성능 면에서 동급 대비 충분히 납득 가능한 선택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볼보 EX90 실제 제로백이 공식 수치보다 빠른 게 맞나요?

    A. 제가 직접 계측한 결과 공식 4.2초보다 빠른 4.0초 플랫이 나왔습니다. 물론 노면 조건이나 배터리 잔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적어도 제 시승 조건에서는 공식 수치를 웃돌았습니다. 680마력이라는 숫자가 허수가 아니라는 걸 몸으로 느꼈습니다.

     

    Q. EX90 22인치 휠, 승차감이 정말 그렇게 아쉬운가요?

    A. 에어 서스펜션 자체가 워낙 잘 세팅돼 있어서 방지턱이나 큰 요철에서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습니다. 문제는 불규칙한 노면의 자잘한 진동인데, 타이어 편평비가 낮다 보니 이 영역에서 아쉬움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서스펜션의 잠재력이 충분한 만큼, 20~21인치로만 바꿔도 체감 승차감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봅니다.

     

    Q. EX90 기본형이랑 퍼포먼스 트림, 어떤 걸 사야 하나요?

    A. 풀옵션 기준으로 두 트림의 가격 차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 두 트림 모두 800V 고전압 시스템 기반이라는 점에서 아키텍처 차이는 없고, 퍼포먼스 트림이 출력과 몇 가지 추가 옵션에서 앞서는 만큼 가격 차가 납득되면 퍼포먼스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다만 주행거리가 최우선이라면 기본형의 전비를 먼저 비교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Q. 디스플레이 통합 인터페이스, 실제로 많이 불편한가요?

    A. 솔직히 처음에는 꽤 불편했습니다. 특히 윈도 조작이 화면 안으로 들어가 있고, 앞뒤 창문을 선택해서 조작하는 구조는 직관적이지 않습니다. 다만 오너로서 익숙해지면 음성 인식으로 보완이 가능하고, 내비게이션이나 미디어 연동은 잘 돼 있어 전체적인 사용감은 나쁘지 않습니다. 미니멀리즘과 사용 편의성은 별개의 문제라는 걸 이 차가 잘 보여줍니다.

     

    결론

    볼보 EX90을 타고 내리면서 든 생각은 딱 하나였습니다. "22인치 휠만 아니었으면." 그게 전부입니다. 주행 성능, 정숙성, 공간 활용, 사운드 시스템, 가격 경쟁력 — 이 모든 걸 높은 수준으로 챙겨놓고, 마지막에 타이어 하나가 발목을 잡는 구조입니다. 그러니 만약 구매를 결정하셨다면 영업 담당자와 협의해서 20~21인치 휠을 선택하는 방법을 먼저 알아보시길 권합니다. 그게 이 차의 진짜 잠재력을 꺼내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으로 EX90은 볼보가 전기차 시대에 "우리는 이렇게 달라졌다"라고 선언하는 모델로 읽혔습니다. 기존 볼보의 안전 철학과 북유럽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성능과 기술에서는 경쟁 브랜드와 정면 승부를 걸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 가격대에 이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대형 전기 SUV는 흔치 않습니다. BMW iX M70이나 메르세데스 EQS SUV와 비교 견적을 꼼꼼히 따져보신다면, EX90이 생각보다 설득력 있는 선택지로 남을 겁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rgoINAYvjB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