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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렉서스가 5.1m짜리 전기 대형 SUV를 들고 나온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렉서스 TZ의 외관을 처음 봤을 때 "아, 이건 제대로 만들었구나" 싶었습니다. 다만 디자인 완성도와 달리 스펙 쪽에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었고, 그 지점에서 여러 시각이 엇갈렸습니다. 디자인으로는 합격, 스펙으로는 논쟁 중인 차가 바로 렉서스 TZ입니다.

렉서스 TZ의 디자인 정체성, 전기차답게 혹은 렉서스답게
제가 직접 사진과 영상을 꼼꼼히 살펴봤는데, 가장 먼저 느낀 건 "과하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전기차는 라디에이터 그릴이 필요 없으니 앞면을 막아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렉서스 TZ는 그 자리에 스핀들 그릴을 형상화한 패턴을 매끈하게 얹었습니다. 여기서 스핀들 그릴이란 렉서스 고유의 모래시계 형태 전면 그릴 디자인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상징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전기차임에도 이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고 절제된 방식으로 녹여낸 것이 저는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차체 사이즈는 길이 5.1m, 폭 1,990mm, 높이 1,705mm, 휠베이스 3,050mm입니다. 폭이 거의 2m에 달하는 만큼 실제로 보면 상당한 존재감이 느껴질 겁니다. 아이오닉 9과 비슷한 덩치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실내는 가로형 디스플레이 하나를 중심으로 직선 위주의 단정한 구성을 택했습니다. 스티어링 휠에는 렉서스 엠블럼 대신 'LEXUS' 레터링을 넣었는데, 이건 렉서스 역사에서 처음 있는 시도라고 합니다. 조작 버튼도 평소에는 보이지 않다가 손을 가져가면 은은하게 불빛이 들어오는 히든 터치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기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경험하게 만드는 렉서스 특유의 접근법이 실내에서도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어 안쪽에는 안전 경고 조명도 적용됐습니다. 하차 시 뒤에서 오토바이나 자전거가 접근하면 도어 조명이 붉게 점등되며 위험을 알려주는 기능인데, 이런 디테일 하나가 실제 사용 환경에서 꽤 유용하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마크레빈슨(Mark Levinson) 오디오와 앰비언트 라이트도 기본으로 들어가 있어 고급감 측면에서는 충분히 렉서스답습니다.
- 스핀들 그릴 디자인 언어를 전기차에 자연스럽게 계승
- 히든 터치 버튼, 레터링 스티어링 휠 등 새로운 실내 디테일
- 도어 안전 경고 조명으로 실용성과 고급감 동시 구현
- 마크레빈슨 오디오 및 앰비언트 라이트 기본 탑재

스펙 경쟁력, 프리미엄 전기차 맞나요
디자인에서 느꼈던 만족감이 스펙 시트를 보면서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특히 걸린 부분은 충전 시스템이었습니다. 렉서스 TZ는 400V 충전 아키텍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충전 아키텍처란 전기차가 배터리에 전기를 채울 때 사용하는 전압 체계를 의미하는데, 전압이 높을수록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전기를 넣을 수 있어 충전 속도가 빨라집니다. 쉽게 말해 800V 시스템은 400V보다 이론상 두 배 빠르게 충전이 가능합니다.
현대 아이오닉 시리즈는 이미 초창기부터 800V 시스템을 적용해 왔고, 요즘은 대중 브랜드 전기차에서도 800V가 등장하는 시대입니다. 중국 최신 전기차 중에는 900V 시스템을 탑재한 모델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출시되지도 않은 프리미엄 브랜드 신차가 400V라는 점은 경쟁력 측면에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행 가능 거리도 미국 기준 최대 480km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인증 방식으로 환산하면 400km 초반대로 내려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배터리는 78 kWh와 96 kWh 두 종류로 나뉩니다. 듀얼 모터 기준 합산 출력은 기본 모델(450i)이 338마력, 고출력 모델(550i)이 404마력 수준입니다. 0→100km/h 가속은 5.4초로 알려져 있는데, 비슷한 덩치의 아이오닉 9이 428마력에 5.2초를 기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치상 뚜렷한 우위는 없습니다(출처: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9 공식 페이지).
V2L(Vehicle to Load) 기능도 탑재됐지만 최대 출력이 1.5kW 수준으로, 헤어드라이어 하나 돌릴 수 있는 정도입니다. V2L이란 차량 배터리에서 외부 전자기기에 전력을 공급하는 기능을 말하는데, 아이오닉 5가 처음 나왔을 때 이미 최대 3.6kW를 지원했던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수치입니다. "스펙보다 승차감"이라는 렉서스의 철학을 이해하면서도, 제 경우엔 이 부분이 구매 검토 단계에서 분명히 걸릴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없는 것만은 아닙니다. 주파수 감응형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들어가는데, 이는 노면 상태에 따라 실시간으로 서스펜션 감쇠력을 조절하는 시스템입니다. 에어 서스펜션은 아니지만 렉서스가 오랜 시간 쌓아온 승차감 튜닝 노하우와 결합된다면 결과물이 나쁘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충분히 이해됩니다. 또한 렉서스 LFA의 V10 엔진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가상 엔진 사운드와 패들 시프트 연동 변속 감각도 탑재 예정인데, 이 부분은 실제로 경험해 봐야 평가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글로벌 전략, 미국과 중국에서 통할 수 있을까
렉서스 TZ는 미국 켄터키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입니다. 배터리는 노스캐롤라이나에 신설 중인 토요타 배터리 공장에서 공급받으며, 파나소닉과 협력해 개발한 각형 배터리를 탑재합니다. 이 구조는 미국 내 자동차 관세 리스크를 피하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혜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지셔닝으로 보입니다(출처: Toyota 공식 전동화 페이지). 제가 보기엔 토요타·렉서스가 미국 시장에서 꽤 치밀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중국 쪽은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도요타는 현재 상하이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건설 중인데, 이 공장에서는 도요타 브랜드 차량 없이 렉서스 전기차만 생산할 계획입니다. 테슬라에 이어 중국에 100% 단독 출자로 진출하는 두 번째 해외 완성차 기업이라는 점에서 규모 있는 베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런 경우 숫자보다 시장 분위기가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지금 중국 대형 전기 SUV 시장은 그야말로 기술 전시장입니다. 5m가 넘는 플래그십 SUV들이 에어 서스펜션은 기본이고, 서스펜션 높낮이를 실시간으로 조절해 험로를 수평으로 통과하거나, 버튼 하나로 유리가 스마트 틴팅처럼 어두워지는 기능까지 탑재하고 있습니다. 자국 브랜드의 자존심 경쟁이 플래그십 SUV 카테고리에서 집중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에어 서스펜션도 없는 400마력 렉서스 TZ가 얼마나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을지, 저는 솔직히 낙관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중국 전용 사양으로 에어 서스펜션을 추가하거나 출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차별화할 가능성도 있습니다만, 현재 공개된 스펙만으로는 중국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한국 출시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입니다. 만약 들어온다면 2027년쯤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길이 5m에 폭 거의 2m짜리 SUV를 전면 주차로 밀어 넣고 충전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불편함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이 차가 한국 주차장에서 얼마나 편할까"라는 생각은 저도 자연스럽게 들었고, 이 부분에서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분들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렉서스 TZ 한국 출시는 언제쯤 되나요?
A. 아직 공식 확정은 없습니다. 미국에서 2025년 말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고, 한국에 들어온다면 빨라도 2027년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 출시 자체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할 상황입니다.
Q. 렉서스 TZ는 왜 800V가 아닌 400V 충전 시스템을 쓰나요?
A. 공식적인 이유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성능보다 승차감"을 강조하는 브랜드 방향성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고, 개발 일정이나 원가 구조의 영향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최신 프리미엄 전기차에 400V를 탑재한 것은 경쟁력 측면에서 분명히 아쉬운 선택으로 보입니다.
Q. 렉서스 TZ와 아이오닉 9 중 어느 쪽이 나은가요?
A. 수치상 스펙은 아이오닉 9 쪽이 800V 충전, 더 높은 출력, 더 넓은 V2L 용량 등에서 우위에 있습니다. 반면 렉서스 TZ는 브랜드 특유의 정숙성과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빠른 충전과 퍼포먼스를 중시한다면 아이오닉 9, 조용하고 부드러운 주행 경험을 더 중요하게 본다면 렉서스 TZ 쪽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Q. 렉서스 TZ에 에어 서스펜션이 없다는 게 실제로 문제가 되나요?
A. 에어 서스펜션(Air Suspension)이란 공기압을 이용해 차고와 서스펜션 강성을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시스템으로, 고급 대형 SUV의 핵심 장비로 꼽힙니다. 렉서스 TZ에는 주파수 감응형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들어가는데, 에어 서스펜션보다는 한 단계 아래로 평가받습니다. 특히 중국 경쟁 모델들이 에어 서스펜션을 기본 탑재하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포지셔닝 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론
렉서스 TZ를 한 줄로 정리하면 "디자인과 철학은 선명한데 스펙이 발목을 잡는 차"라고 생각합니다. 스핀들 그릴 언어를 전기차에 세련되게 녹여낸 외관, 절제된 고급감이 느껴지는 실내, 그리고 브랜드가 오랫동안 쌓아온 정숙성과 승차감 노하우는 분명 기대할 만한 요소들입니다. 이런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분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400V 충전 시스템, 400km 초반대 주행 거리, 1.5kW V2L처럼 최신 경쟁차와 비교했을 때 수치가 뚜렷하게 밀리는 항목들은 구매를 검토할 때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부분입니다. 특히 한국이나 중국처럼 전기차 스펙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는 이 차이가 꽤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렉서스가 다음 세대 모델에서 이 격차를 어떻게 메우느냐가 브랜드 전동화 전략의 핵심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미국 출시 이후 실제 오너들의 승차감 리뷰가 나오면 그때 다시 한번 정리해 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