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솔직히 저는 상용차에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짐 싣는 차, 배달 차, 어딘가 칙칙한 이미지. 그런데 독일 IAA 현장에서 기아 PV7을 마주한 순간, 그 편견이 꽤 빠르게 무너졌습니다. 베일을 벗기 전 실루엣만으로도 심상치 않았는데, 막상 드러난 실물은 '어마어마'하다기보다 '이상하게 귀엽다'는 인상이었습니다. 그 귀여움이 오히려 더 강렬하게 남았습니다.

상용차가 예뻐도 되냐는 질문에 PV7이 답하다
유럽 LCV(Light Commercial Vehicle) 시장을 직접 눈으로 보기 전까지, 저는 그 시장이 얼마나 보수적인지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LCV란 1톤에서 3.5톤급 사이의 소형 상용차를 통칭하는 개념으로, 택배 밴부터 공사 현장 화물차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카테고리입니다. 유럽에서만 연간 수백만 대가 팔리는 시장인데, 이 시장의 디자인 코드는 수십 년째 '무채색, 박스형, 재미없음'이었습니다.
기아 PV7은 그 공식을 정면으로 거스릅니다. IAA 전시장 안에서 PV7 옆에 선 순간, 제가 먼저 한 행동은 사진을 찍는 것이었습니다. 차를 분석하기 전에 일단 찍고 싶어 졌다는 건, 디자인이 이미 절반은 성공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외국인 관람객들도 스펙이나 가격을 묻기 전에 카메라부터 들었습니다.
전면부 디테일을 보면, PV7은 PV5와 유사한 패밀리룩을 공유하면서도 DRL(주간주행등) 처리 방식에서 차이를 둡니다. DRL이란 주간에도 점등되어 차량의 존재감을 알리는 전방 등화 장치로, PV7에서는 꺾이는 형태로 처리해 훨씬 입체적인 인상을 만들어냅니다. 블랙 하이그로시 마감이 전면에 넓게 적용된 것도 특징인데, 경쟁 모델인 르노 트랜짓이 동일 부위에 무광 블랙을 써서 다소 저렴한 느낌을 주는 것과 비교하면 체감 품질 차이가 확연합니다. 제가 직접 나란히 놓고 봤을 때도 그 차이는 꽤 컸습니다.
폭스바겐이 ID. Buzz를 처음 내놨을 때 "너무 귀엽다"는 혹평을 받았지만 결국 시장에서 개성 있는 존재로 자리잡은 사례처럼, PV7도 처음엔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용차 시장에서 디자인이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걸 이번에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기아가 애플처럼 덜어내는 방식으로 미래적인 인상을 만들어낸 전략은 꽤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 블랙 하이글로시 마감을 범퍼, 필러, 힌지 부위까지 일관되게 적용해 고급감 확보
- DRL 꺾임 구조로 PV5 대비 더 입체적인 전면 인상 구현
- 한국타이어 이벤추라 트렌지 장착, 휠 디자인도 군더더기 없이 심플
- 25가지 이상의 옵션 구성으로 카고·패신저·하이루프 등 수요별 대응 가능

실내를 열었더니 수납공간이 나왔고, 또 나왔습니다
패신저 모델 1열에 앉았을 때 제가 처음 내뱉은 말은 "넓다"가 아니라 "여기도 있어?"였습니다. 수납 공간이 센터 콘솔, 조수석 앞 패널, 도어 포켓, 시트 하단, 대시보드 상단까지 사방에 배치되어 있어서, 오히려 어디에 뭘 넣었는지 까먹을 것 같다는 걱정이 먼저 들었습니다.
스티어링 휠은 기아 특유의 사각형 형태에 더블 디컷(double D-cut) 디자인을 적용했습니다. 더블 디컷이란 스티어링 휠의 상하 양쪽을 직선으로 잘라낸 형태를 의미하는데, 이렇게 하면 운전자의 계기판 시야를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세련된 인상을 줍니다. 기아 엠블럼을 정중앙이 아닌 약간 옆으로 배치한 것도 예상 밖의 디테일이었습니다.
인포테인먼트 측면에서 PV7은 플레오스 커넥트(Pleos Connect) OS를 탑재합니다. PV5에 탑재된 플레오스 플릿(Pleos Fleet)과는 다른 OS인데, 플레오스 커넥트는 슬림 디스플레이와 별도 계기판의 이원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블루투스를 연결해 카플레이를 써봤을 때 풀스크린 전환 기능이 없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프리 프로덕션 단계라 최종 소프트웨어가 아닌 만큼 출시 전까지 개선될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고 봅니다.
스피커는 드비알레(Devialet) 브랜드가 적용되어 있었습니다. 드비알레는 파리 기반의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로, 소형화된 드라이버로도 풍부한 음압을 구현하는 기술력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가정용 드비알레 스피커가 300만 원에서 500만 원대에 형성되어 있는 걸 감안하면, 상용차에 이 브랜드가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포지셔닝의 의도를 보여주는 지점입니다. 다만 현장에서 프리 프로덕션 상태의 사운드를 들었을 때는 메르디안(Meridian) 로고가 혼재되어 있어 최종 확정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3열 좌석은 솔직히 예상보다 좋았습니다. 좌석 세 개가 개별 레일로 독립 조작되고, 전 폭에 걸친 대형 유리창이 옆을 통째로 개방감으로 채워주기 때문입니다. 에어컨 벤트, 컵홀더, USB 아울렛, 별도 트위터 스피커까지 갖췄는데, 이 구성이면 패신저 모델의 가장 매력적인 좌석이 1열이 아니라 3 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글라스루프 셔터를 뒷좌석에서 직접 조작할 수 없고 앞 좌석에서만 제어된다는 점은 설계 의도가 다소 의아했습니다.

80만 대 시장, 기아가 파는 건 차가 아니라 플랫폼입니다
카고 모델에 들어섰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여기다 책상 하나 놓으면 되겠다"였습니다. 스튜디오 촬영 장비를 실어야 하는 저 같은 입장에서는 단순한 적재함이 아니라 이동식 작업 공간으로 보였거든요. 실제로 하이루프 옵션을 선택하면 서서 이동할 수 있는 높이가 확보되고, 그렇게 되면 소파·대형 모니터·작업 장비를 넣은 이동형 스튜디오로 쓸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립니다.
이것이 바로 기아가 PV7을 통해 내세우는 PBV(Purpose Built Vehicle) 개념의 핵심입니다. PBV란 특정 목적에 맞춰 설계·변형할 수 있는 모빌리티 플랫폼을 의미하는데, 기존 상용차가 '차의 규격에 사업을 맞추는' 방식이었다면 PBV는 반대로 '사업의 요구에 차를 맞추는' 방식입니다. 이번 IAA에서 PV5를 개조해 출품한 특장 업체가 해당 전시관 안에서만 15개사에 달했다는 사실이 이 개념의 현실 가능성을 보여줍니다(출처: Kia PBV 공식 페이지).
PV7이 뛰어드는 LCV 시장 규모는 유럽 기준 연간 약 80만 대로 추산됩니다. PV5가 공략하는 소형 LCV 대비 훨씬 큰 시장이며, 르노 마스터·포드 트랜짓·폭스바겐 크래프터 등이 오랫동안 지배해 온 영역입니다. 섀시캡(Chassis Cab) 방식으로 제공되는 PV7은 기아가 차체 하부 플랫폼만 공급하고 특장사들이 그 위에 목적에 맞는 상부 구조를 올리는 구조로 운영됩니다. 섀시캡이란 운전석과 차체 기본 골격만 갖춘 상태에서 적재함, 냉동탑차 박스, 캠핑카 거주 공간 등을 별도 장착할 수 있도록 한 기반 모델을 뜻합니다. 기아는 완성차를 파는 것과 동시에 이 플랫폼을 제공하는 B2B 사업자가 되는 셈입니다(출처: IAA Transportation 공식 사이트).
한 가지 솔직히 짚고 싶은 부분은 국내 보조금 문제입니다. 일각에서는 PV7이 16인승 설정이나 1.5톤 적재 구성으로 국내 전기 상용차 보조금을 최대한 받을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를 했는데, 현실적으로 그 스펙 달성은 PV7 단계에서는 어렵다는 게 공식 설명입니다. 그 역할은 이후 등장할 PB9이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보조금 기대가 큰 분들은 이 점을 감안해 타임라인을 잡는 게 현실적일 것 같습니다. 어쨌든 PV7의 가치는 보조금 여부가 아니라 전기 커머셜 시장에서 플랫폼으로서 얼마나 생태계를 넓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제 경험상 판단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기아 PV7 국내 출시는 언제인가요?
A. IAA 2025에서 공개된 PV7은 현재 프리 프로덕션 단계로, 국내 출시 일정은 아직 공식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PV5의 국내 출시 이후 PV7이 순차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이 많지만, 구체적인 시점은 기아 공식 채널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Q. PV7 카고 모델 실내 높이가 낮다는 게 사실인가요?
A. IAA 현장에서 확인한 결과, 표준 루프 카고 모델의 실내 높이는 성인이 걸어 다니거나 허리를 편 채로 작업하기에는 다소 제한적이었습니다. 하이루프 옵션을 선택하면 이 문제가 해소되기 때문에, 실내에서 입식 작업이 필요한 용도라면 하이루프 선택을 고려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Q. PV7이 PV5랑 어떻게 다른가요?
A. 가장 큰 차이는 차체 크기와 시장 포지셔닝입니다. PV5가 소형 LCV 시장을 겨냥한다면, PV7은 르노 마스터·포드 트랜짓과 같은 중형 LCV 시장, 즉 유럽 기준 연간 약 80만 대 규모의 더 큰 파이를 목표로 합니다. 인포테인먼트 OS도 PV5는 플레오스 플릿, PV7은 플레오스 커넥트로 다릅니다.
Q. 국내 전기 상용차 보조금 혜택을 PV7으로 받을 수 있나요?
A. 16인승이나 1.5톤 적재로 보조금을 극대화하는 시나리오는 PV7 단계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공식 입장입니다. 해당 스펙 충족은 이후 등장할 PB9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보조금 계획을 세우고 계신다면 PB9 라인업까지 함께 검토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결론
IAA 현장에서 PV7을 보고 돌아온 뒤, 제 머릿속에 남은 건 스펙 수치가 아니라 분위기였습니다. 전시관 안에서 가장 많이 둘러싸인 차가 PV7이었고, 경쟁 메이커 직원들도 몰래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디자인이 시장을 흔들 수 있다는 걸 눈으로 본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화려한 옵션들이 실제 상용차 구매층의 지갑을 열게 할 수 있을지, 가격 경쟁력을 어떻게 맞출지는 여전히 남은 숙제입니다. 프리 프로덕션 단계인 만큼 소프트웨어 완성도나 일부 UX도 최종 결과물을 지켜봐야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상용차도 이렇게 만들 수 있구나'라는 기준 자체를 바꿔놓은 것만으로도, PV7은 이번 IAA에서 제 기준에 가장 인상적인 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