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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텔루라이드를 그냥 팰리세이드의 미국판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같은 플랫폼, 비슷한 사이즈, 형제 모델이라는 수식어 때문에 두 차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막연히 여겼던 거죠. 그런데 시승 데이터와 현지 반응을 들여다볼수록, 그 생각이 꽤 틀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국내에 아직 출시되지 않은 차를 두고 이렇게 공들여 들여다보게 된 것도 그래서입니다.

팩트분석: 수치로 보는 텔루라이드 하이브리드의 실체
기아 텔루라이드 하이브리드의 파워트레인은 2.5L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에 P1P2 듀얼 모터 시스템을 결합한 구조입니다. 여기서 P1P2 시스템이란, 엔진 크랭크샤프트에 직결된 P1 모터(마일드 하이브리드 역할)와 변속기 내부에 장착된 P2 구동 모터, 두 개를 함께 운용하는 방식을 가리킵니다. 기존 1세대 TMED(Transmission Mounted Electric Device)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P2 모터 하나만 썼던 것과 비교하면, 엔진 개입 시 이질감을 줄이는 데 구조적으로 유리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실제로 가장 인상적으로 체감되는 부분은 엔진이 깨어나고 꺼지는 과정의 매끄러움입니다. P1 모터가 크랭크샤프트에 직결돼 있어 피스톤이 멈추는 위치, 즉 엔진의 상사점과 하사점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습니다. 상사점과 하사점이란 피스톤이 실린더 안에서 움직이는 가장 위쪽과 가장 아래쪽 위치를 말하는데, 이 지점을 정밀하게 조절하면 엔진이 재시동될 때 불필요한 진동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덕분에 고부하 상황에서 엔진이 개입할 때도 몸으로 느껴지는 진동이 상당히 억제된다는 평가가 현지 시승에서 나왔습니다.
합산 최고 출력은 329마력, 제로백(0→100km/h 가속 시간)은 6.4초입니다. 준대형 SUV 기준으로 빠른 수치지만, P2 구동 모터 출력 자체는 60마력대로 1세대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전륜 변속기 내부에 모터를 내장해야 하는 구조적 제약 때문에 출력을 더 키우지 못한 것인데, 이 부분은 솔직히 아쉬운 대목입니다. 덕분에 조금만 가속 페달을 밟아도 엔진 시동이 걸리는 빈도가 제법 높습니다.
연비는 미국 EPA(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기준으로 약 35MPG, km/L로 환산하면 약 14.8km/L를 인증받았습니다. EPA 기준은 국내 복합 연비 측정 방식과 큰 차이가 없는 편이라 이 수치를 그대로 신뢰하는 시각도 있었는데, 샌프란시스코 도심과 고속도로를 포함해 약 30km를 실주행한 결과 실연비는 13.1km/L에 그쳤습니다. 공인 연비 대비 약 11% 낮은 수치입니다. 제가 접한 시승 데이터만 봐도 미국 공인 연비가 다소 이상적인 조건에서 측정된다는 인상이 지워지지 않았습니다(출처: 미국 EPA 연비 공식 데이터베이스 fueleconomy.gov).
차체 제원도 팰리세이드와 미묘하게 다릅니다. 텔루라이드의 전장 5,665mm, 전폭 1,990mm, 전고 1,765mm, 휠베이스 2,986mm로, 팰리세이드 대비 전폭이 10mm, 휠베이스가 16mm 더 깁니다. 숫자만 보면 사소한 차이지만, 실내에서는 2열 레그룸이 체감상 조금 더 여유롭게 느껴집니다. 1회 만충 주행 가능 거리는 미국 기준 960km를 인증받았고, 실제 시승 기준으로는 870km 수준으로 추산됩니다.
- 파워트레인: 2.5L 터보 + P1P2 TMED2 하이브리드 시스템, 합산 329마력
- 공인 연비(EPA): 약 14.8km/L / 실연비: 약 13.1km/L (도심+고속 복합)
- 제로백: 6.4초 / 1회 충전+주유 주행 거리: 공인 960km, 실측 약 870km
- 전폭·휠베이스: 팰리세이드 대비 각각 10mm, 16mm 더 넓고 긺
- 서스펜션: 전륜 맥퍼슨 스트럿, 미국 모하비 주행시험장 기반 하체 튜닝 적용

디자인과 주행감: 팰리세이드와 결이 다른 이유
텔루라이드를 처음 사진으로 접했을 때 제가 떠올린 건 레인지로버였습니다. 이건 저만의 착각이 아니었던 게, 해외 미디어에서도 출시 직후부터 같은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나왔습니다. 후면부의 테일램프가 차체 면 안으로 매끄럽게 통합돼 면발광 형태로 들어오는 연출이 레인지로버의 히든 언틸릿 라이팅(hidden until lit lighting)과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히든 언티릿 라이팅이란 조명이 꺼진 상태에서는 램프 존재 자체가 거의 보이지 않다가 점등 시 극적으로 드러나는 램프 디자인 기법으로, 고급 차종에서 주로 쓰입니다(출처: Kia America 공식 텔루라이드 페이지).
전면부는 수직형 DRL(주간주행등)과 수직형 헤드램프, 그리고 그릴 내부의 수직 디테일이 마치 기둥처럼 보닛을 떠받치는 구조입니다. 미국에서는 호박 등(주황색 주간주행등) 점등이 합법이어서, 현지에서 실제로 마주치면 강렬한 첫인상을 줍니다. 반면 팰리세이드는 수평 기조의 차분한 전면부를 유지하고 있어서 두 차가 형제 모델임에도 인상이 전혀 다릅니다. 제가 솔직히 좋아하는 쪽은 텔루라이드입니다. 박시(boxy)한 3박스 디자인이 주는 당당함은 팰리세이드의 도시적 세련됨과는 결이 달라서, 아웃도어 감성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텔루라이드 쪽이 훨씬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주행 특성에서도 차이는 뚜렷합니다. 텔루라이드는 미국 모하비 사막에 위치한 현대차 주행시험장에서 서스펜션 튜닝을 거쳤습니다. 그 결과물이 팰리세이드보다 단단하게 잡힌 하체 세팅입니다. 110km/h 이상 고속도로에서 노면 이음매를 넘을 때 차가 출렁이지 않고 직선을 유지하는 안정감이 팰리세이드보다 우위에 있다는 현지 시승 평가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제가 팰리세이드를 탈 때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구간에서 살짝 멀미 느낌이 든 적이 있었는데, 텔루라이드는 브레이킹 시 앞뒤 움직임을 강하게 억제해 놓은 세팅이라 그런 상황에서도 멀미 유발 요인이 적다는 점이 제 경험상 납득이 갑니다.
다만 이 선택에는 트레이드오프가 따릅니다. 노면이 거친 구간에서는 잔진동이 실내로 더 많이 전달됩니다. 팰리세이드가 눈을 감으면 프리미엄 SUV라고 착각할 만큼 잔충격을 잘 흡수하는 반면, 텔루라이드는 그 점에서 확실히 덜 컴포트 지향입니다. NVH(Noise, Vibration, Harshness) 성능, 즉 소음과 진동, 거칠음을 억제하는 능력 전반을 따졌을 때도 풍절음과 로드 노이즈 유입 수준이 차급 대비 아쉽습니다. 박시한 외관이 공기 저항에 불리한 형상이라 풍절음이 상대적으로 크고, 금호 크루젠 타이어를 신은 18인치 휠이 장착된 기본형 기준으로도 노면 구름음이 제법 들어온다는 점은 짚고 가야 합니다.
ADAS(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 수준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HDA2(Highway Driving Assist 2) 기반의 차선 중앙 유지와 차간 거리 제어가 탑재돼 있는데, 커브 구간에서 차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이 시승 중 발생했다고 합니다. 테슬라나 최근 BMW·메르세데스 대비 확실히 뒤처진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이미 웨이모(Waymo) 자율주행 택시가 일상화돼 있는 상황이라, 이 간극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텔루라이드 하이브리드 실연비 실제로 얼마나 나오나요?
A. 미국 EPA 공인 연비는 약 14.8km/L이지만, 샌프란시스코 도심과 고속도로를 혼합 주행한 실측 기준으로는 13.1km/L 수준이 나왔습니다. 공인 대비 약 11% 낮은 수치로, 준대형 SUV로서 무난한 편이지만 공인 연비를 그대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Q. 텔루라이드와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승차감 차이가 크게 느껴지나요?
A. 두 차의 서스펜션 세팅 방향이 다릅니다. 팰리세이드는 잔충격 흡수 위주의 부드러운 세팅이고, 텔루라이드는 미국 모하비 주행시험장에서 튜닝한 단단한 세팅입니다. 고속 직진 안정성은 텔루라이드가 우위에 있지만, 거친 노면에서의 잔진동 유입은 팰리세이드가 더 적습니다.
Q. P1P2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기존 TMED보다 뭐가 좋아진 건가요?
A. 가장 체감되는 개선점은 엔진 개입 시의 매끄러움입니다. P1 모터가 크랭크샤프트에 직결돼 피스톤 정지 위치를 정밀하게 제어하기 때문에, 엔진이 재시동될 때 발생하는 진동이 1세대 TMED 대비 크게 줄었습니다. 단, P2 구동 모터 출력은 60마력대로 1세대와 큰 차이가 없어 전기 주행 영역이 크게 확대되지는 않았습니다.
Q. 텔루라이드 하이브리드 국내 출시 가능성은 있나요?
A. 텔루라이드는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서 생산되는 미국 전용 모델로, 현재까지 국내 출시 공식 계획은 없습니다. 다만 국내 소비자들이 출시 희망 모델 1위로 꾸준히 꼽고 있는 만큼, 향후 라인업 재편 시 검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Q. 텔루라이드 3열은 성인이 타기 괜찮은 수준인가요?
A. 키 185cm 기준으로 엉덩이를 끝까지 밀어 앉으면 무릎 앞 레그룸이 주먹 하나 정도 들어가는 수준으로, 장시간 탑승에는 다소 부담이 있습니다. 3열에 컵홀더 2개씩, USB-C 포트 각 1개씩 구비돼 있어 단거리 탑승 편의성은 충분히 고려된 구성입니다.
결론
텔루라이드 하이브리드를 파고들수록 이 차가 단순히 팰리세이드의 미국판이 아니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서스펜션 세팅, 디자인 문법, 브랜드 서사까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고, 그 차이가 미국 시장에서의 인기 격차로 고스란히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두 차 중 하나를 고른다면, 저는 팰리세이드의 고급스러운 컴포트감보다 텔루라이드의 단단한 주행감 쪽에 손을 들어줄 것 같습니다. 취향의 문제지만, 그 취향이 꽤 분명하게 갈리는 차입니다. 한국에도 꼭 출시를 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NVH 성능과 ADAS 수준은 차급이 요구하는 기대치에 아직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입니다. 이 두 가지가 보완된다면, 국내에 출시되더라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모델이 될 것으로 봅니다. 텔루라이드에 관심이 생겼다면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실시승과 비교해 보는 것이 현실적인 다음 단계입니다. 같은 플랫폼에서 얼마나 다른 캐릭터가 나올 수 있는지, 직접 확인해 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