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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크라운 (디자인, 주행감, 구매고민)

1997-choi 2026. 10. 2. 08:20

목차


    6천만 원대 수입차를 놓고 고민하다 보면 결국 BMW냐 벤츠냐는 구도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저도 그 틀 안에서만 생각하던 중에 토요타 크라운을 직접 타봤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세단인 듯 SUV인 듯, 어느 쪽으로도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차였거든요. 그 애매함이 오히려 크라운만의 매력이 될 수 있다는 걸, 타보고 나서야 느꼈습니다.

     

    디자인: "이게 크라운이라고?" 첫인상이 전부 바뀌었습니다

    크라운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일본 여행에서 봤던 낡은 택시나, 의전용으로 쓰이던 묵직한 세단이 떠오르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막상 실물 앞에 서보니 그 이미지는 완전히 허물어졌습니다.

    크라운은 1955년 첫 출시 이후 지금까지 16세대를 거쳐왔습니다(출처: Toyota Japan 공식 사이트). 그 긴 역사 속에서 토요타 최초로 미국에 수출된 모델이 크라운이었고, 일본 최초 8 기통 엔진 탑재, 아이들링 스톱(ISG) 기능 최초 도입 등 꾸준히 '첫 번째'를 만들어온 차입니다. 여기서 아이들링 스톱(ISG)이란 신호 대기처럼 잠시 멈출 때 엔진을 자동으로 끄고 출발 시 재시동시키는 기술로, 도심 연비 향상에 직접 기여합니다.

    이번 16세대 크라운은 그 전통을 이어받되 방향을 완전히 틀었습니다. SUV처럼 높은 지상고에 쿠페 스타일의 루프라인을 얹은 크로스오버(crossover) 형태로 나온 겁니다. 크로스오버란 세단과 SUV 두 장르의 특성을 혼합한 차급을 뜻하는데, 기아 스팅어와 실루엣이 닮았다는 말이 실물 앞에서 딱 이해가 됐습니다.

    헤드램프는 '해머헤드'라는 이름답게 얇고 날카롭게 뻗어있고, 전면 공기 흡입구도 넓게 벌어져 있습니다. 21인치 휠은 크로스오버의 덩치를 더 부각시키고, C-필러 처리는 렉서스 RX에서 봤던 그 느낌 그대로입니다. 후면은 일자형 리어 램프로 간결하게 마무리했는데, 포르쉐 파나메라를 의식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만 브레이크등 크기는 차체 볼륨 대비 살짝 작아 보여서, 이 부분은 호불호가 갈릴 것 같습니다.

    • 해머헤드 헤드램프 + 와이드 에어인테이크로 완성된 전면부
    • 쿠페형 루프라인 + SUV 수준의 지상고, 21인치 대구경 휠
    • 렉서스 RX를 연상시키는 C-필러와 파나메라풍 후면 일자 램프
    • 실내는 천연 가죽, 피아노 블랙, 웜 스틸 소재로 렉서스와 토요타의 중간 질감
    요약: 16세대 크라운은 '낡은 택시' 이미지를 완전히 지우고, 크로스오버 특유의 날카로운 스타일로 자기 세계를 만들었습니다.

     

    주행감: 묵직한 몸집인데 왜 이렇게 편하죠

    크라운에는 두 가지 파워트레인이 탑재됩니다. 2.5L 자연흡기 하이브리드와 2.4L 터보 하이브리드입니다. 제가 타본 건 2.4 터보 하이브리드였는데, 공차 중량이 1,930kg 수준임에도 주행 중 무게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토크에 있습니다.

    2.4L 터보 엔진의 최고 출력은 272마력이지만 주목할 건 최대 토크로, 무려 46.9kgf·m에 달합니다. 토크(torque)란 바퀴를 회전시키는 힘의 크기를 뜻하는데, 이 수치가 높을수록 낮은 RPM에서도 치고 나가는 힘이 풍부합니다. 비교하자면 BMW 40i 엔진이 비슷한 토크 대역에서 51 kgf·m을 내는 점을 고려하면, 배기량 대비 상당한 수치입니다(출처: BMW 코리아 공식 사이트). 모터와 엔진이 합산되면 시스템 최고 출력은 348마력까지 올라갑니다.

    저속 구간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상황에서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터보 엔진의 개입이 크게 거슬리지 않았던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파워트레인이 울컥거리는 느낌 없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편이었습니다. 과속방지턱을 50km/h로 넘었을 때도 차체가 먼저 자세를 잡은 뒤 가라앉는 느낌이었는데, 단순히 쿠션이 좋은 것과는 다른 세련된 댐핑 느낌이었습니다. 댐핑(damping)이란 노면 충격을 흡수한 뒤 차체가 튀어 오르거나 흔들리지 않도록 진동을 빠르게 수렴시키는 서스펜션의 특성을 말합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타이어였습니다. 21인치 대구경 휠에 타이어 폭이 225mm로 다소 좁습니다. 제가 직접 확인해봤는데, 트랙스 같은 저배기량 차들도 245mm를 쓰는 경우가 있는 걸 생각하면 고출력 크라운에 225mm 조합은 분명 아쉬운 선택입니다. 연비와 조용한 주행을 우선한 결과로 보이는데, 제동 성능을 더 끌어내고 싶다면 여름용 타이어로 교체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현재 장착 타이어는 브리지스톤 투란자 EL450으로, 렉서스에서도 즐겨 쓰는 고급 사계절 타이어입니다.

    정숙성도 인상적이었습니다. 80km/h 주행 중 실내는 놀라울 만큼 조용했고, 배터리 냉각 팬이 꺼진 상태에서는 완전한 정적에 가까웠습니다. 반면 팬이 구동될 때는 엔진이 꺼진 상황에서 뒤쪽에서 미세하게 팬 소리가 들릴 수 있다는 점은 참고할 만합니다.

    요약: 46.9kgf·m의 풍부한 토크와 잘 다듬어진 댐핑 세팅 덕분에, 무거운 차체를 잊게 만드는 편안한 주행감이 크라운의 핵심 강점입니다.

    구매 고민: 6천만 원대, 진짜 경쟁 상대는 누구인가

    크라운을 타고 나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이 차, 누구와 비교해야 하지?"였습니다. 세단도 아니고 SUV도 아닌 포지션이다 보니 직접 경쟁 상대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2.4 터보 하이브리드 기준 6천만 원대 중반 가격이라면, BMW 520i나 메르세데스-벤츠 E250, 아우디 A6 같은 독일 중형 세단들이 경쟁 구도에 들어옵니다. 크라운이 브랜드 밸류에서는 이들에게 밀린다는 의견도 있는데, 저는 그 단점을 상쇄하는 요소가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BMW에서 세단과 SUV의 성격을 함께 갖춘 차를 찾는다면 6 GT 정도가 거론됩니다. 크라운은 그 6 GT와 비슷한 결을 가지면서도 하이브리드 특유의 연비 이점이 더해집니다. 2.4 터보 하이브리드가 독일 세단과 경쟁한다면, 2.5 하이브리드 버전은 그랜저 풀옵션 가격대와 겹칩니다. 다만 그랜저와는 결이 다릅니다. 그랜저는 넓은 실내 공간을 중심으로 한 정통 세단이고, 크라운 2.5 하이브리드는 SUV적 차체를 가진 세단에 가깝습니다. 제 경험상 이 둘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기는 어렵고, 선택 기준 자체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지 관리 측면에서 도요타의 강점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고장 빈도가 낮고 유지보수 주기가 긴 편인 건 도요타 차들의 공통된 특성으로, 이 점이 장기 보유를 염두에 둔 선택에서 실질적인 이점으로 작용합니다. 반면 6천만 원대 차에 전동식 트렁크가 없다는 건 제가 직접 써봤을 때 꽤 거슬렸습니다. 후드를 막대로 고정하는 방식도 차의 격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고요. 국내 물량도 2.4 터보 버전은 연간 100대 안팎으로 극소수라, 희소성이 장점이 될 수도 있고 서비스 접근성이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크라운을 살 이유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차가 "잘 달리고 조용하고 편안한데, 독일 세단의 브랜드 가치는 필요 없다"는 조건을 가진 분에게 가장 잘 맞는 선택지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브랜드 프리미엄이 구매 이유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면, 고민이 더 필요한 차이기도 합니다.

    요약: 크라운 2.4 터보 하이브리드는 독일 중형 세단과 가격대가 겹치면서도 크로스오버 실용성과 하이브리드 효율이라는 차별점을 갖고 있지만, 브랜드 가치와 일부 편의사양에서의 아쉬움은 구매 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요소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토요타 크라운 2.5 하이브리드랑 2.4 터보 하이브리드 뭐가 더 나은가요?

    A. 연비를 우선시한다면 2.5 하이브리드가 월등히 유리합니다. 반면 주행 성능과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원한다면 2.4 터보 하이브리드가 확실히 한 단계 위의 만족감을 줍니다. 두 버전은 단순히 출력 차이가 아니라 차의 성격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주로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탈 것인지를 먼저 정리하고 선택하는 게 좋습니다.

     

    Q. 크라운이 그랜저보다 뒷좌석이 좁다는 말이 있던데 실제로 어떤가요?

    A. 크로스오버 특성상 쿠페형 루프라인 때문에 헤드룸이 불리할 것 같다는 의견도 있는데, 실제로 타봤을 때 보편적인 체형 기준으로는 뒷좌석 공간과 헤드룸 모두 충분한 수준이었습니다. 다만 신장 185cm 이상이라면 머리가 닿을 가능성이 있고, 그랜저처럼 넓은 실내를 기대하고 접근하면 실망할 수 있습니다. 두 차는 포지션이 다른 만큼 동일 기준으로 비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Q. 크라운 자동 주차 기능이 실제로 잘 되나요?

    A. 제가 직접 확인해봤는데, 기존 스캔 방식과 달리 카메라가 빈 공간을 인식하면 원하는 위치를 지정하는 방식이라 직관적이었습니다. 평행 주차, 직각 주차, 전진·후진 주차까지 가속·감속·변속 모두 차가 처리하고 마지막에 주변을 한 바퀴 훑어주는 과정도 꼼꼼했습니다. 주차에 자신이 없는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기능이라는 건 인정할 만합니다.

     

    Q. 크라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쓰기 불편하진 않나요?

    A. 12.3인치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모니터가 수평으로 이어진 구성이라 시각적으로 넓어 보이고, 좌측 아이콘으로 원하는 메뉴에 바로 접근할 수 있어 직관성은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별도의 홈 화면이 없어서 처음엔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고, 스티어링 휠에 버튼이 많아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다소 필요합니다. 공조장치는 물리 버튼 방식으로 남아 있어 이 부분은 오히려 편리했습니다.

     

    결론

    크라운을 타고 내리면서 든 생각은 "이 차는 설명하기가 좀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세단도 아니고 SUV도 아닌데, 그렇다고 어정쩡한 차도 아닙니다. 편안하게 달리면서도 필요할 때는 확실히 치고 나가고, 뒷좌석도 넉넉하고, 하이브리드 효율까지 갖췄습니다. 제 경험상 이 조합을 한 차에서 동시에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전동 트렁크가 없는 것, 후드를 막대로 고정해야 하는 것은 분명히 6천만 원대 차로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브랜드 프리미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이라면 독일 세단이 더 만족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잘 달리고, 조용하고, 관리가 편한 차를 원하면서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하고 싶다면 크라운은 충분히 고민할 가치가 있는 선택지입니다. 특히 2.4 터보 하이브리드를 직접 타보기 전에 평가를 내리기보다는, 한 번 직접 경험해 보고 결정하는 것을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UkoYm48tBKo